효(孝)와 충(忠)을 가장 큰 덕목으로 여겼던 양반들은 부모 공양에 모든 열성을 다했는데, 심지어 조문효도(蚤蚊孝道)까지 실천했다. 한여름 모기가 극성을 부리면, 양반들은 건강한 머슴의 품을 사서 윗도리를 벗기고 마당이나, 부모가 거처하는 방에 눕게 한다. 그러면 모기떼가 달려들어 머슴의 피를 빨아먹는다. 즉, 모기에게 머슴의 피를 배불리 먹여 부모님을 물지 않도록 하는 효도였던 것이다.
이 밖에도 부모가 병이 들면 자신도 손가락을 부러뜨리는 등 몸을 학대하여 고통을 겪는, 이른바 동병(同病)의식을 통해 부모의 아픔을 덜고자 했다. 아름답고 갸륵한 효행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비합리적인 행동임은 부인할 수 없다.
모기떼가 머슴의 피로 배가 부를리 만무이고, 가학을 한다고 해서 부모의 고통이 덜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즉, 현실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마음의 위안이 될 뿐이니, 정작 효를 받아야 할 부모 입장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허례허식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러한 실리는 없고 명분만 있는 행동양식이 바로 한국인의 결점이다.
순수하고 애절한 뜻이야 칭송 받아야 하지만, 폄하하자면 실속 없는 쇼에 불과하다고 비판받아 마땅한 것인데, 이러한 의식이 아직도 남아있어 문제이다.
심각한 성기능 장애로 인해, 부부관계가 파경에 이르러도 자존심 때문에 병원을 꺼린다거나, 부끄럽다고 전문의의 진단이나 처방도 없이 민간에 내려오는 정력제에 의존하여 오히려 병을 더 키우거나 부작용을 겪는 사례가 바로 그 것이다. 사실 값비싼 정력제도 성분이 영양제 한 캡슐에 불과한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건강하고 행복한 성생활을 즐기기 위해서는 자신의 신체적 결합을 의학적으로 해소하는 합리적인 태도부터 갖추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