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밤, 갑자기 라면이 너무 먹고 싶은 거예요.
집엔 당연히 없고, 배달 시키긴 애매해서
동네 편의점에 슬리퍼 끌고 갔죠.
신라면에 삼각김밥, 컵물 담고, 전자레인지도 돌리고
혼자 조용히 편의점 테이블에 앉았어요.
근데 라면 국물을 딱 첫 젓가락으로 떠먹으려던 찰나…
그거 아세요?
그 순간만 되면 항상 누가 문 열고 들어옴.
이번엔 하필이면 대학교 썸타다 흐지부지된 그 선배였어요.
난 라면 면발 입에 걸친 상태로 눈 마주쳤고
그 선배는 조용히 말하더라고요.
“오랜만이다… 잘… 지내?”
나는 입에 면발 걸친 채로 "응…" 하고 고개만 끄덕였는데,
면발이 입에 걸린 채로 고개 흔들리니까 턱에 탁! 붙음.
선배는 피식 웃더니
“그… 맛있게 먹어.”
하고 그대로 나감.
그날 라면 다 먹고 집 오는 길에
면발이랑 같이 내 자존심도 씹어먹었음.